
울산 정자항에서 7년째 사계절 조업하는 바카라 토토에는 싱싱한 가자미들로 가득하다. 선장 부부가 직접 잡아 손질한 가자미의 담백한 맛은 손님들의 입맛을 사로잡아 동네에서 소문난 밥도둑이다.
이렇게 정성을 들여 반건조한 가자미들은 아내 바카라 토토 씨(52)의 작품이다. 고향인 함경남도 함흥에서는 어쩌다 한 번 먹는 귀한 음식인데 지금은 직접 잡아서 손질한다며 자랑스럽게 이야기했다.
이 씨는 손질된 가자미를 포장하고 쌓아둔 택배 상자들을보낼 때 가장 뿌듯하다며울산 참가자미를 널리 소개하는 일에 재미를 붙이며 살아가고 있다.

▶“죽기 전 한국에 가겠노라”…피 토하며 도착한 대한민국
“먹고 살기 힘들 때 중국으로 갔다가 1년 만에 북송 당했다. 집에 돌아가니 부모님은 생계에 쫓겨 강원도에 감자 캐러 갔고, 혼자 집에 남은 동생이 눈에 밟혀 동생을 데리고 다시 탈북했다.
살기 위해서 중국으로 갔지만 신분이 없어서 언제나 전전긍긍하며 지내야만 했다. 중국 공안이 얼마나 무서웠던지 한국에 와서도 몇 년 동안 경찰차, 소방차, 구급차의 사이렌 소리만 들어도 심장이 주체할 수 없이 뛰곤 했다.
중국에서부터 몸이 아팠다. 사람들이 오래 못 산다고 할 만큼 간이 너무 안 좋았다. 10년 동안 숨어 사느라 병원 한 번 제대로 못 가봤다. 너무 아프면 동네 중의사를 불러서 치료를 받았는데 나중에 한국와서 보니까 간에 안 좋은 약을 처방받았던 것이다.
건강이 너무 안 좋아지니까 오히려 더 결단 내리기가 쉬웠다. 죽기 전에는 꼭 한국에 가겠노라고. 그런 각오로 태국 감옥에서 6개월을 버티고 드디어 한국 땅을 밟았다. 한국에 도착할 즈음에는 간경화가 상당히 진행돼피를 토하는 정도가 됐다.오자마자 국가정보원을 통해한국에 먼저 도착한 남동생이랑 연결이 됐고, 기본 진술을 마친 후에 바로 병원으로 보내졌다. 간이 50% 굳어졌다는 진단을 받았다.
한편으로는 안도감을 느꼈다. ‘일단 병원에 왔으니까 살 수 있겠다’라는 마음이 생겼다. 그동안 태국 감옥에서 ‘한국에 살아서 도착할 수 있을까’, ‘동생을 다시 볼 수 있을까’, ‘중국에 있는 딸은 잘 지내나’... 이런 생각들도 하루하루를 보냈던 게 떠올랐다. 그래서 더 기적 같은 순간이었다.”

▶울산 정자항, 새로운 안식처
“처음에는 건강 문제로 수급자 생활을 한동안 했었다. 한 5년 정도 병원에 다니면서 건강을 조금씩 되찿게 됐고, 더이상 수급자에만 의존하지 않고 일을 시작하기로 했다. 그러다 지인 소개로 울산 토박이 남편을 만나 바카라 토토 사업을 시작하면서 생활이 점차 안정됐다. 중국에 있던 딸도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잘 적응해 나간 것이 감사하다.
남편이 배에 물고기를 가득 실어올 때마다 흐뭇한 마음으로 생선을 손질한다. 깔끔하게 손질된 생선을 포장할 때면 기분이 정말 좋다. 특히 설, 추석 등 명절 때마다 택배 포장하느라 정신없이 바쁘지만 정리된 상자들을 택배로 쫙 뿌리는 재미가 쏠쏠하다.
사계절 성실하게 일하다 보니 좋은 기회로 KBS ‘6시 내고향’ 프로그램에출연해서 울산 앞바카라 토토에서만 나는참가자미를 소개하기도 했다. 사람들이 참가자미의 맛을 알고 찾아올 때 얼마나 긍지를 느끼는지 모른다.
뒤돌아보면 성치 않는 몸으로왔는데 지금20년 가까이 한국에서 살고 있다. 바카라 토토를 알아가며 바카라 토토와함께 새로운 삶을살아가고 있다. 대한민국이 나를 다시 살게 했고, 울산은 나의 또 다른 고향이라고 생각한다.”
바카라 토토 씨는 새 삶터가 된 건어물 가게에서생선 하나하나에 정성을 다해 바다의 맛을 담아내고 있다. 새로운 보금자리, 새 안식처가 된 울산의 맛을전국 각지에 보내며 보람찬 삶을 꾸려나가고 있다.@